차를 타고 지나다가 문득 건물 외벽에 걸려있는 ‘봄이 오려나 봄’이라는 광고 문구에 눈과 마음이 멈췄다. 매번 계절이 변화하는 시기에 느끼는 감정은 여지없이 그 문구를 보는 순간 다시금 가슴을 벅차오르게 만들었다.
30여 년 전, 고등학교 학창시절에 ‘조달뽕(말씀만 하시면 거짓말이라는 학생들이 지어낸 표현)’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기골이 장대하시고 배에서 우러나는 우렁찬 목소리를 가지신 국민윤리과목 선생님은 지금처럼 만물이 소생하는 어느 봄날 수업을 하시던 중 힘주어 하신 말씀이 내 가슴을 흔들어 놓았었다. “세상에 영원한 진리는 없다”라고 하시면서 “여러분들은 내일 아침 태양이 서쪽에서 떠오를지 어떻게 알 것이며, 올해 봄이 이렇게 왔지만 내년에 봄이 안 올지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가?” 하시며 헤겔의 관념론과 변증법을 강의하셨다. “잘못된 생각과 지식은 진리라고 할 수 없다”라는 말씀을 하고 싶으셨던 것이다. 어린 나이에 마음속으로 작은 충격으로 남아서 ‘그렇지, 내일 태양이 동쪽에서 떠오르리란 법이 어디 있어!’를 되새기며 집으로 걸어갔던 기억이 있다.
지금까지도 그때의 정신적인 충격이 가슴 깊이 남아서 계절이 변화하는 시기면 꼭 한 번씩 그때 그 선생님을 기억하게 됐고 어떤 어려운 일에 직면하게 되면 비유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서 ‘그래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어’라고 마음을 다잡고 당면한 문제를 헤쳐나갔다.
요즘 들어서 부쩍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가 철저히 옳다고 생각했던 것이 생각대로 되지 않을 경우가 너무도 빈번히 일어난다. 수많은 경험을 통해서 갖고 있던 생각과 지식이 의사결정의 프로세스에서 진행되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잦아진다. 그 동안 쌓아온 지식체계에 있어서 균열현상들을 직면하며 허탈과 분노를 느끼고 자책하기보다는 세상을 탓하는 꼰대가 돼가고 있다. 이제는 일천한 경험으로 만들어진 지식의 허구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가 와버렸다.
시대의 큰 흐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경험으로 신세대를 리드하려는 시도는 더 이상 대접 받지 못하게 됐고 어느 산업보다도 트렌드와 시스템 그리고 서비스 의존형 산업인 우리의 관광산업에 해묵은 지식과 경험은 이제 내세울 자랑이 못 된다. 밀려오는 글로벌 트렌드와 시스템 체계를 알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시대가 돼버린 것이다.
방문 고객을 응대만 하던 예전의 서비스는 더 이상 서비스가 아니고 다양한 고객의 니즈(Needs)를 복합적으로 또한 다변화시켜서 응대하고 리드하지 않으면 더 이상 우리를 찾아주지 않는다는 것은 벌써 낡은 이야기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 여행 산업은 협회들과 기득권 여행사들을 비롯한 전 분야에서 이 패러다임 쉬프트(Paradigm Shift)를 받아들이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있는가를 묻고 싶다.
샛노란 개나리가 만개해 가로를 가득 채웠다. 길가의 버드나무는 새순을 흠뻑 머금은 망울을 살며시 내밀고 있다. 살포시 내린 비에 이름 모를 연둣빛 들풀들이 경쟁하듯 도로 가장자리를 점령해 나간다. 봄이 오긴 오려나 보다. 하지만 마음 한곳에 뭔가 준비되지 않는 봄을 맞이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무거움도 떨쳐낼 수가 없다. 영원한 진리가 없다는 마음으로 차분히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