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여행업 변신의 이유는 ‘생존’이다. 그 동안 여행업 전반은 1989년 해외여행의 자유화 이후 계속되는 성장세를 등에 업고 폭발적 여행 수요 증가의 수혜를 누려왔다.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 이후 121만 명에 불과했던 연간 출국자수는 이후 30년 동안 꾸준히 증가해 2018년 2800만 명이라는 최고기록을 세웠다.
무엇보다 해외여행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인들은 여행사들이 여행 출발부터 다시 입국까지 전부 책임지는 패키지여행 상품을 통해 다른 문화와 언어에도 불구하고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여기에 경제 성장에 따른 여가 시간 확대는 우리나라 여행 산업 성장을 이끈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국적사들의 해외노선 증가, 외항 사들의 한국 취항, 저가항공사들(LCC)의 확대, 그리고 IT 기반의 글로벌 OTA들의 한국진출과 더불어 여행 트렌드는 급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여행 산업의 주요 수입원이었던 패키지여행 상품은 다양해진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면서 외면당하기 시작했다. 트렌드의 변화에 대비하지 못한 안일함이 주요한 요인이다.
우리 모두는 상품개발보다 가격 경쟁에만 매달려왔다. 무리한 가격 경쟁은 여행 산업의 수익 구조 악화로 이어졌고 뒤늦게 자유여행객을 타깃으로 항공권, 호텔 등 단품 판매를 시작했으나, 자체 채널보다는 메타서치, 각종 제휴 채널을 통한 판매 비중이 높아지면서 수익구조는 더욱 악화됐다.
이는 여행사만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여행사, 항공사, 랜드사는 여행산업의 불가분의 관계이고 파트너다. 갑을 관계가 아니다. 하나의 여행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항공사, 랜드사, 여행사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여행상품의 시작과 끝을 책임져 줄 항공이나 선박의 이동수단이 필요하고, 현지에서의 여행일정(차량, 가이드, 숙박, 레스토랑 등 여러 가지 즐길 거리와 볼거리를 구성한 현지 상품)을 하나하나 보살펴 줄 현지 여행사 즉 랜드사의 협력도 필요하다.
말하자면 여행사는 쇼핑몰 또는 백화점이라고 할 수 있다. 랜드사와 항공사는 제조업체, 그리고 여행자는 소비자인 셈이다. 이런 형태에서 여행사는 비트윈 비즈니스 즉 중개 비즈니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본인들의 각각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채 상황의 악화 원인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며 책임을 묻고 있다.
서로의 입장과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고 협력했을 때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여행 상품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고객의 편리한 선택과 사후 처리까지도 책임질 수 있는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
현재 주요 국내 여행사들이 여행 플랫폼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선진 여행시장 시스템의 모방을 넘어 우리나라 고객의 가치 있는 여행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는 여행 시스템 개발이 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사실은 우리 여행 산업이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여행의 주체인 우리나라 국민들이라는 점이다. 우리의 능력이 월등히 뛰어나서가 아니라 고객이 우리를 믿고 선택해주었기 때문에 우리나라 해외여행산업 시장이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다. 그 중요한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그 동안 자신의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했다.
한국 여행시장의 확대로 계속해서 선진 여행 시장과 글로벌 OTA가 여행 시장 점유율을 키워가는 시점에서 우리의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혼자서는 결코 성장할 수 없음을 기억하고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여행 상태계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