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겨울은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4주간을 뜻하는 기독교의 ‘대림절(Advent)’과 함께 시작된다. 이 4주 동안 스위스의 도시가 일 년 중 가장 낭만적으로 물든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시마다, 광장마다, 골목마다 크리스마스 마켓이 들어서는 기간도 바로 이때다. 대림절 시기에 맞춰 크리스마스 마켓을 비롯한 연말 분위기 고조를 위해 낭만적인 전구 장식이 도심 곳곳을 수놓는다.
취리히
취리히의 겨울은 기차역에서 시작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차를 타고 취리히에 내리면 솔솔 풍겨오는 글뤼바인과 시나몬 향기가 기차에서 내리는 승객들을 반겨준다. 기차역 전체가 크리스마스다. 7천 개가 넘는 스와로브스키 크리스마스트리는 그 높이가 15m나 되는데, 시선을 사로잡는 설치물이다. 140개 이상의 크리스마스 상점이 역사 내 광장에 가득 들어선다.
중앙역에서 나오면 취리히에서 가장 오래된 구시가지 크리스마스 장터로 향하면 된다. 좁다란 골목길에 들어선 다양한 상점이 니더도르프슈트라쎄를 따라 줄지어 이어지다가 히르셴플라츠와 로젠호프처럼 숨겨진 공간으로 뻗어 나간다. 독특한 아이디어의 성탄 선물이 펼쳐지고, 다채로운 모양과 색깔로 신선하게 구워진 쿠키 향과 군밤 냄새, 아몬드 굽는 향내가 퍼진다.
불 밝힌 리마트 강가를 따라 각자만의 조명을 밝힌 길드 하우스와 역사 깃든 호텔 건물들은 취리히 겨울 야경을 대표하는 풍경이다. 단연코 눈에 띄는 뾰족한 첨탑의 프라우뮌스터도 그중 하나다. 구시가지를 벗어나 리마트 강의 다리 하나를 건너, 프라우뮌스터로 향한다. 여기에서도 크리스마스 장터가 열린다. ‘뮌스터호프(Münsterhof)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불리는데, 프라우뮌스터 옆에 있는 뮌스터호프 광장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취리히 사람들을 위한 취리히 제품”이라는 모토로 열리는 장터답게, 주변 상점과 부티크에서 선보이는 퀄리티 위주의 로컬 제품을 구경할 수 있다.
베르드뮐레플라츠에서는 노래하는 대형 크리스마스트리와 함께 크리스마스 마켓을 만나볼 수 있는데, 독특하게도 매일 콘서트가 펼쳐진다. 다양한 지역의 합창단이 크리스마스 캐럴과 음악을 연주한다.
반호프슈트라쎄는 취리히를 대표하는 명품 상점이 즐비한 거리로, 겨울마다 특별한 조명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크리스마스 마을’이라는 뜻의 바너흐츠도르프)가 취리히 호숫가에 마련된다. 약 100개의 상점이 오페라 하우스의 화려한 배경 앞에 빼곡하게 들어찬다. 이곳에서는 주로 로컬 디자이너들의 보석을 이례적인 가격에 만날 수 있고, 독특한 아이템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다채로운 먹거리가 있어 로컬들에게 인기다.
■장터별 일정
루체른
루체른보다 더 평화로운 도시의 밤을 찾아보기는 힘들지도 모른다. 주민들과 숍 주인들, 사업가들은 서로의 이름을 잘 알고 있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이들에게 겨울은 특히 더 가족같이 따사로운 계절이다. 특별한 왕관 모양의 조명 장식이 걸리고, 꿈결같은 불빛이 로이스 강을 따라 나있는 길, 로이스슈테그를 밝힌다. 카펠교가 로이스 강을 가로지르는 이 구시가지에 크리스마스 장터도 들어선다. 아이들과 어른들은 다정하게 손을 잡고 계절의 낭만을 즐긴다.
먼저, 루체른 기차역에서 내리면 기차역 앞 다리를 건너, 호수 반대편으로 가보자. 진기한 구경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야외에 다양한 사이즈의 나무를 전시해 놓고 판매하는데, 여행자에게도 충분히 진기한 구경거리가 되어준다.
루체른 호반의 5성급 호텔, 슈바이처호프에서도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 단 세 번의 일요일에 열리는 슈바이처호프 크리스마스 마켓은 호텔의 역사 깃든 홀 여러 곳에서 진행된다. 나무, 직물, 도자기로 직접 공들여 만든 수공예품을 구입할 수 있다.
바인마르크트 광장에서 열리는 장터로, 루체른의 장인들 60여 명이 공들여 만든 공예품을 만나볼 수 있다. 도자기, 주얼리, 장난감, 목각 제품, 가죽 및 직물, 초와 유리 제품을 비롯해 먹거리도 갖췄다. 신시가지의 뵈겔리개르틀리 공원에서는 신식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 4주 동안 예술적인 미식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크리스마스 장터다. 올해 처음 열리는 장터로, “뵈르개르틀리에서의 겨울 재미”라는 타이틀로 열린다.
특별한 크리스마스 체험을 원한다면 필라투스로 향해보자. 필라투스 정상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 루체른 호수 지역의 수공예품과 글뤼바인을 포함한 맛있는 음식 코너가 마련된다. 크리스마스 캐럴과 어린이들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어 해발고도 2132m 위에서 색다른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크리스마스 마켓이기도 하다.
‘리기로 향하는 호반 마을’ 퀴스나흐트 암 리기에서는 매년 특별한 행사가 열린다. 12월 5일, 바로 성 니콜라스 날 이브다. 거대하고 투명한 주교관(모자) 약 200개가 마을을 밝힌다. 예술적인 감각으로 디자인된 주교관은 두꺼운 종이를 자르고 조립해 만들어졌는데, 안쪽에 촛불을 밝힐 수 있게 되어 있다. 성인 남성들이 이 커다란 머리 장식을 이고 마을을 가로질러 행진하는 성 니콜라스를 뒤따른다.
■장터별 일정
<사진 출처=스위스관광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