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권고에 대해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그 홈페이지에 게시한 입장표명(Statement on KFTC Recommendation)에서 세계적으로 단일 기준을 훼손하는 것은 다른 국가의 항공여행시장과의 관계에서 부조화라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판매대리점계약(PSAA)을 특정시장(즉 한국)에 예외를 두는 것을 반대한다고 하였다.
IATA는 PSAA 조항을 일방적으로 변경할 수 없고, 오직 항공사회의 (Passenger Agency Conference, PAConf)에 그 권한이 있다고 하였다. 또한, IATA는 여행사와 항공사간의 상업적 관계에는 할 수 있는 역할이나 권한이 없다고 하였다.
IATA는 마치 PSAA를 핵심 축으로 하는 대리점관리프로그램을 국제법과 같은 반열로 호도하는 주장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은 IATA의 대리점프로그램 운영은 각 국가의 법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가능하다.
IATA는 항공사의 사업자단체로서 항공사의 이익을 보호하는 민간단체이다. 이 단체가 결정하는 대리점프로그램은 각국의 법적 관할 아래 있다고 스스로 명백하게 규정하고 있다. 즉, 판매대리점계약(PSAA)의 제17조 (적용법, Applicable Law)는 “본 계약서는 모든 측면에서 대리점의 영업본사가 위치한 지역의 법률에 의거 해석되고 지배된다 (This Agreement shall be interpreted and governed in all respects by the law of the principal place of business of the Agent,)” 라고 하여 한국내의 대리점계약서는 한국법의 지배를 받게 되어 있다. 또한, IATA결의 010 제4조는 IATA 대리점프로그램에 적용되는 우선순위 (Hierarchy of Sources)를 6개 단계로 나누어 정하고 있는데 제1순위는 적용 가능한 법 (Any Applicable Law)이고 제2순위가 PSAA라고 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PSAA에서 무엇이라고 정하던 그 것이 현지법에 위반되면 그 적용을 배제할 수가 있다고 IATA 스스로가 정하였다. 이와 같이 신규나 개정된 IATA 규정을 해당정부당국에 신고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 확인 및 신고하여 조치를 통보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의무가 IATA결의 006 (정부의 승인, GOVERNMENT APPROVALS)에 국적항공사에게 부여되어 있다. 그래서, PAConf에서 새로운 규정이나 변경된 규정이 의결이 되면 그 규정의 발효이전에 신고기간을 두고 있다. 국적항공사는 그러한 규정을 확인하여 적절한 처리를 하였어야 한다.
IATA는 전세계가 단일규정을 적용하기 때문에 PSAA에 특정시장에 특화된 규정을 두면 한 국가 여행사에서 외국의 항공사 항공권을 구매하여 탑승을 하는 데에 지장이 있을 것으로 과장된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주장은 다른 분야의 업무를 차입하여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즉, 항공사간의 연결(interline)판매는 양자 간이나 다자간 운송계약 (Bilateral/Multilateral Traffic Agreement)의 범주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시정권고한 대리점계약조항과는 별개이다. 그러므로, 미국은 미국내의 IATA 대리점프로그램을 인정하지 않지만 미국항공사가 전세계 여하한 항공사와의 연결판매를 하는 데에는 하등의 문제가 없고, 다른 국가에서 운영되는 BSP에도 가입하여 대리점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IATA는 특정시장에 특화된 규정을 두면 큰문제가 있을 것으로 주장을 하지만, 사실상 IATA는 현재 유효한 PSAA 제7조 (여행사가 항공사에 지불한 금액-입금, Monies due by Agents to Carriers – Remittance)에서 조차 호주와 독일에 대한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나아가, 다수의 국가그룹단위로 대리점관리규정을 달리 운영하고 있고 (결의 800, 812, 818g 및 TAH Section 3 등) 시장의 필요에 따라 한시적으로 운영한 경우(결의 810)도 있다. 특정국가에 특정한 규정을 규정을 적용하는 경우도 있다. (결의 814c, 814z, 814i 등)같은 범주의 규정 내에서도 예외조항을 두는 경우가 적지 않다. (818g 부록A 1.1.5는 중국만 해당, 1.11.1은 아르헨티나와 러시아 연방 제외, 1.11.2는 아르헨티나만 해당, 1.11.3은 러시아연방만 해당, 부록 C 보고 및 지급상 예외는 1.1 인도만적용, 1.5 중국만 적용, 1.6 에스토니아만, 라트비아만, 호주 만 유효, 벨기에, 프랑스,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및 캄보디아, 태국, 걸프지역, 잠비아 및 인도네시아 적용, 1.6,2(e) 중국만, 인도만, 네팔만, 일본만, 요르단만, 라트비아만, 파키스탄만, 태국 베트남 싱가포르 스리랑카 필리핀만 해당, 남서태평양 -호주 뉴질랜드 제외- 해당, 뉴질랜드만 해당, 1.7 중국만 해당 등, 그리고 812에서도 5.5.3.1은 아르헨티나, 브라질, 캐나다, 콜롬비아, 베네수엘라를 예외로 두었고, 6.9.3은 인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를 제외 6.9.4는 인도만 해당, 6.9.5는 말레이시아 및 싱가포르에만 해당, 6.10.1 아르헨티나 및 러시아 제외, 6.10.2 아르헨티나만 해당, 6.10.3 러시아만 해당 등 )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불공정약관으로 시정권고를 한 결의812의 9.2.1(a)의 경우 “BSP항공사가 여행사에 지급하는 모든 수수료 또는 보수는 BSP항공사들에 의하여 결정된다”는 규정을 악용하여 대다수 항공사들이 여행사에게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하는 불공정한 담합을 초래하였는데, 1990대 말에 IATA TRAFFIC CONFENCE에서 IATA가 대리점에 일률적인 수수료율을 정하는 것은 카르텔에 해당되므로 판매수수료율을 9%로 정하고 있던 결의 016a를 2001년 8월1일부로 폐기하기로 결정한 후 수수료 지급을 항공사의 일방적 결정하도록 한 결과 항공사간 이심전심으로 수수료 제로로 담합한 결과가 되었음. 그런데, PSAA 제9조는 “대리점의 항공운송 및 보조서비스의 판매에 대하여 항공사는 수시로 방식과 금액을 명시하여 전달하는 방식으로 대리점에게 보상한다 (For the sale of air transportation and Ancillary Services by the Agent under this Agreement the Carrier shall remunerate the Agent in a manner and amount as may be stated from time to time and communicated to the Agent by the Carrier.) 라고 하여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정하였는데 부속규정인 결의 812를 악용하여 항공사들이 수수료 0%도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기만하여 강변하도록 하는 결의 812 의 9.2.1(a)는 자기 스스로(PSAA 제9조)를 부정하도록 용인하는 불공정한 조항이다. 한편, 항공사가 판매장려금인 볼륨인센티브(VI)를 수수료 지급이라고 강변하기도 하는데, 이는 결의 812의 9.3 (인터라인판매), 9.4(커미션 지급조건), 9.5(커미션이나 기타보상의 지급)을 살펴보면 “커미션 금액은 항공여객 운송에 적용되는 요금의 금액으로 계산한다” “적용되는 요금은 BSP항공사의 요금표에 따른 운송에 대한 요금(할증요금포함)이며 초과수하물, 중량요금, 대리점이 징수하는 세금 수수료 및 부과금은 포함하지 않는다” 라고 하여 커미션은 개별 운송의 적용요금을 기준으로 지급하도록 하였다는 것을 확인하면 더 이상 VI가 커미션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IATA는 그 입장표명에서 PSAA는 여행사가 받아야할 수수료의 수준을 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수수료 수준은 각 항공사와 여행사의 관계에서 별도로 설정한다고 하였는데, 이 주장은 올바른 주장으로, 그래서 공정위가 “수수료 기타 보수의 지급은 대리점계약에서 항공사가 부담하는 채무의 목적이 되는 급부라고 할 것이며, 그 급부의 내용은 양 당사자가 협의하여 결정하는 것이 상당하다”라고 시정권고한 것은 IATA의 입장과 일치하는데, 마치 공정위의 시정권고가 무언가 다른 것을 의미한다고 오해하여 저항하는 듯한 입장표명은 재고되어야 한다.
맞다, 그러나 변경을 위한 안건을 제출할 수 있고 PACONF에 영향력이 크다.
IATA는 그 입장표명에서 IATA는 독자적으로 규정의 변경을 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였는데, 사실이다. PACONF에서 여행사의 참석 없이 항공사들만이 모여서 의결을 하는데, 여기에 안건을 제출하는 자격은 항공사, IATA, 그리고 APJC 등 인데 사실상 IATA와 항공사가 안건을 제출하고 있다. 그리고 그 안건에 대한 개별항공사들의 발언이나 표결내용은 결의 892에 따라 대외비로 하고 있다.
국적항공사가 주도하여 여행사와 협의 후 PACONF에 안건을 제출하고 IATA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번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권고는 피신고인 IATA에게 내려졌기 때문에 IATA에서 PACONF에 안건을 제출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한국을 대표하는 국적사가 PACONF에 안건을 제출하고 IATA에서 이를 지원하는 방안이 효과적일 것이다. 대한항공은 이번 공정위의 시정권고가 나오게 된 원인 행위인 판매대행수수료 폐지를 선도하여 한국시장에서 다른 항공사들이 뒤따르게 하였을 뿐 아니라, 아시아나 항공을 인수통합하여 시장지배적인 점유를 갖게 될 것이며, IATA 최고의 의결기구인 BOG (Board of Governors)의 구성원이므로 국적 IATA 회원항공사들(진에어, 티웨이항공, 제주항공, 아시아나항공)과 연대하여 안건을 제출하도록 하여 약관법 위반 조항을 시정하여야 할 것이다. 즉, 대한항공은 IATA를 앞세워 공정위의 시정권고를 회피하려고 하기 보다는 국내법을 지켜야 하는 국적사로서 이번 시정권고가 IATA 대리점 규정에 반영되도록 적극적이고 성의 있는 노력을 해야만 할 것이다.
계약 후 변경된 조건도 계약의 일부로 포함할 것이므로 반대한다면 계약을 해지하라?
의사표시 의제 조항 관련하여 IATA대리점프로그램의 변경사항을 상세하게 그리고 적시에 국내 여행사에게 알려주고 필요한 동의나 이의제기를 접수하여 처리하는 절차를 보강하는 것이 시정의 핵심이 아닌가 사료된다. IATA는 PSAA가 항공권을 팔도록 의무를 지우지 않을 뿐 아니라 특정항공사에게 대리점 임명을 강요하지도 않고 여행사는 특정항공사의 항공권을 팔거나 팔지 않을 수 있다며 상업적 결정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항공사 절대다수가 PSAA를 계약서로 사용하고 상당수 주요 항공노선이 독점이나 과점인 시장상황에서 여행사가 달리 선택할 여지가 없는 외통수 길이라는 점, 즉 항공운송 공급자들(항공사)이 한마음으로 거래조건 및 정산 절차를 단일화하였고 이러한 단일화를 여행사를 통제하는 강력한 도구로 활용하기 때문에 여행사는 항공사와의 상업적 관계에서 선택의 여지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IATA가 이를 알면서도 기만하는 듯한 입장을 보이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그러므로, IATA는 전세계 290항공사가 전세계 항공교통의 83%를 담당하는 상황에서 달리 선택할 방법이 있으면 그렇게 하라는 식으로 거래상 지위를 이용하여 여행사를 겁박할 것이 아니고, 여행사가 알아야 할 조건이 변경되거나 추가될 경우 그 과정과 결과를 적시에 공지하고 필요한 사항은 동의를 받는 절차를 보강하여야 할 것이다. 여행사가 제대로 알지도 이해도 못하는 상태에서 변경된 조항에 의하여 비용을 부담시킨다 던가 벌칙을 적용하여 불이익을 주면서도 IATA나 항공사가 이를 당연하다고 한다면 매우 잘못된 갑질 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290개 항공사의 항공운송의 83%를 점유하는 이면에는 항공사가 직접 판매한 부분보다 전세계 6만여 개 여행사가 항공권 판매를 대행한 부분이 월등히 많다는 점은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한국은 항공사 판매 30%, 여행사 판매 70% 수준이다. 항공사가 판매대리점으로 여행사를 활용하는 것은 항공사의 직접판매로는 자신의 항공운송상품을 소비자와 연결하여 유통시키는 데에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직접판매를 위한 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인데, 290개 항공사가 각각 전세계 구석구석에 분포되어 항공권 판매를 대행하여 주는 6만여 개 대리점 (2년전 10만개에서 대폭 감소하였음)이 없었다면 개별 항공사는 모든 유통비용을 직접 부담하였을 것이다. 여행사의 경우는 다수 항공사의 대리점으로 인력과 비용을 공동으로 사용하여 단위 비용을 낮추고 있지만 개별항공사가 자기 운송 상품을 위해 직접판매망을 운영한다면 급격한 비용의 상승이 있을 것이고 그 결과 항공운임의 가파른 상승이 이어져 소비자에 비용을 전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여행사가 항공권유통의 가치창출에 기여하는 노무를 무시하고 불공정한 약관을 내세워 그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으려는 항공사와 그 이익단체인 IATA는 업계전반적인 기술과 제도의 발전에 따라 개선된 이익이 항공사에게만 집중되도록 할 것이 아니고 여행사도 그 기여도에 상응하는 공정한 대가를 받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IATA 대리점프로그램은 1971년 일본에서 처음으로 BSP를 시행한 이후 50년간 운영되어 온 제도이다. 그간 종이항공권이 전자항공권으로 전환이 되었고, IT 및 지불방식의 혁신적 발전에 따라 IATA 본부에서 각 국가BSP에 대한 집중관리가 가능하여졌다. 향후 NDC 및 AIRLINE RETAIL로 항공사의 관심이 전환되고 시장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점유를 확장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렇지만, IATA 대리점프로그램이 미국에서 ANTI-TRUST법 적용을 면제를 받다가 법 적용대상이 된 후에도 IATA는 PSAA를 중심으로 한 대리점체제를 유지하면서 항공사들이 여행사에게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고 시장에서 여행사와 직접 경쟁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유럽 31개 국가의 여행업협회연합체인 ECTAA (European Travel Agents’ and Tour Operators’ Associations)는 EU 경쟁당국에 IATA를 경쟁법 위반 등으로 제소하였으며, 중남미지역 11개 국가에서는 항공사를 계약 위반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호주 인도 이스라엘 등 여러 국가에서 유사한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권고는 IATA가 반세기 동안 여행사를 일방적으로 정한 규정으로 얽어 맨 낡은 족쇄를 풀어야 할 시기라고 시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