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이 있어야, 스토리텔링이 있어야, 여운이 남아야 진정한 여행이 아닐까. 지척에 두고도 겉만 훑어봤던 서울 마포구는 진정 이런 3박자를 갖춘 곳이었다. 여기에 지난 12일부터 첫 운영을 시작한 ‘마포시티투어’와 함께라면 더욱 값진 여행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서울 마포구와 시티투어 운행사인 마스터스투어(대표 장현철)는 단순히 버스를 타고 목적지로 이동하는 흔한 시티투어개념에서 벗어나, 전문 관광해설사의 설명을 곁들인 테마형 가이드투어를 통해 마포관광을 차별화했다. 주간 1만원/야간 5000원의 이용요금으로 오는 9월30일까지 매주 화~일요일 하루 두차례 운영하는 마포시티투어를 직접 답사해 봤다. 마스터스투어 : 02)778-8150
<마포=류동근/dongkeun@gtn.co.kr>
완연한 봄을 만끽하기엔 다소 이른 4월6일 오후2시 홍대입구역 4번 출구 맞은편 마포시티투어 승차장. 12일 첫 운행을 앞두고 사전 답사여행에 초대받은 이들이 삼삼오오 버스에 탑승한다.
시티투어는 오전9시, 오후2시 홍대입구를 출발해 하늘공원~문화비축기지~한국영화박물관/상암DMC~망원시장~서울함공원~공덕시장을 도는 4시간코스의 일정이다.
젊은 청춘들의 아지트인 홍대거리를 지나 합정동 사거리에 이를 무렵, 관광해설사의 합정동에 대한 유래에 귀가 쫑긋해진다.
합정동 한강변에 있는 절두산 순교성지는 개화기 때 천주교 신자들이 처형된 곳으로, 처형 전 망나니들이 칼을 갈기 위해 우물을 팠다. 우물을 파는 과정에서 민물조개들이 발견돼 조개의 우물이라는 이름이 생기게 됐단다. 그래서 당시 조개합과 우물정자를 써서 합정동이라고 했다고 한다. 지금은 합할 합자를 쓴다는 말도 덧붙였다.
시티투어가 강변북로를 타고 하늘공원으로 향할 무렵, 망원동에 대한 유래도 설명한다. “망원정은 1925년 을축년 대홍수 때 소실됐다. 망원정은 원래 희우정이라는 이름으로 세종 때 효령대군의 별소로 지어진 건물이다. 세종이 당시 농사를 살피기 위해 망원정을 방문했을 때 마침 비가 내려 희우정이라는 이름이 붙게 됐다. 하지만 성종때 월산대군의 소유로 바뀌게 되면서 경치를 멀리서 바라볼 수 있다는 뜻의 망원정으로 이름이 바뀌게 됐다. 현재 망원동의 이름도 망원정에서 유래된 것이다.”
이처럼 이동하는 도중에 보이는 주요 지역에 대한 설명과 함께, 관광지를 돌면서 이어지는 스토리가 있는 여행은 마포시티투어의 매력이다. 다음은 마포시티투어의 5개 목적지에 대한 설명이다.
◇하늘공원
해발 98m높이에 위치한 공원이다. 월드컵 공원 중 가장 하늘과 가깝게 위치하고 있다고 해서 하늘공원이라는 이름이 붙게 됐다. 그러나 단순히 언덕위에 조성되었다면 하늘공원은 특별한 의미가 없을 것이다. 하늘공원은 쓰레기매립지 위해 조성돼 있는 공원이라는 점이 특별하다.
과거 난지도 일대는 1955년부터 78년까지 서울시 인구가 약 5배가량 급증하면서 쓰레기도 같이 급증하게 된다. 이에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매립지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당시 소규모 쓰레기 매립지로 사용되던 지역들은 이미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서 새로운 장소를 찾게 됐다. 그 장소가 바로 난지도였다. 도심과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접근성이 좋아 난지도가 쓰레기 매립지로 새롭게 지정받게 된 것이다.
1978년 매립지 지정 후 7년 만에 무려 45m라는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 산이 쌓이게 된다. 그렇게 1993년까지 쓰레기 매립지로서의 역할을 다 해오다 1998년 서울월드컵경기장 건설부지가 상암동에 확정되면서 인근으로는 공원화사업이 진행되게 된다. 그로부터 6년이라는 기간에 걸쳐 월드컵 공원은 지금의 형태로 조성이 됐다.
월드컵공원은 하늘공원을 비롯해 노을공원, 평화의 공원, 난지한강공원, 난지천 공원 등 5개를 아룰러 월드컵공원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하늘공원을 오르는 방법은 도보와 맹꽁이 전동차를 타는 방법이 있다. 맹꽁이 전동차를 타고 올라 가는 데는 6~7분정도 소요된다.
맹꽁이차는 시속 5~10Km 속도로 하늘공원을 향해 올라간다. 전망대에 내리면 마포대교를 비롯해 저 멀리 63빌딩과 강남 도심이 한눈에 들어온다. 탁 트인 서울의 도심을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하늘공원 희망전망대에는 ‘하늘을 담은 그릇’이라는 커다란 그릇모양의 작품이 여행객을 반긴다.
서울시에서 공공용지에 문화예술 작품을 설치하고자 만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탄생한 것이다. 밖으로는 넝쿨나무를 길러서 시간이 지나면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고 같이 성장해 나간다는 그런 느낌을 주고 있다.
이외 공원내 곳곳에 있는 지하 관을 통해 매설된 가스가 한곳에 모이며, 멀리 보이는 굴뚝모양의 발전소에서 발전연료로 다시 재생돼 상암동 일대 일부지역에 난방으로 사용되고 있다.
◇문화비축기지
현재는 총6개의 탱크를 관람할 수 있다. 서울시는 지난 1973년 1차 오일파동이후 비상시 민수용 유류시설을 만들기 위해 석유비축기지를 설립했다. 총 5개의 탱크에 약 6907만리터의 석유가 보관돼 있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서울시민이 한 달동안 사용할 수 있었다고 하는 양인데, 지금은 인구도 증가하고 사용량도 많아져 서울시민이 반나절이면 다 소모된다고 한다.
석유비축기지는 월드컵을 계기로 위험시설이라고 판단해 용인으로 이전하게 된다. 그렇게 13년간 석유비축기지는 가치없이 방치돼 오다, 시민 아이디어 공모전을 통해 문화비축기지라는 새로운 공원으로 탄생하게 됐다. 문화비축기지는 시민 아이디어라고 하지만 건축사업파트를 대상으로 한 공모전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일반시민들의 아이디어는 아니었다. 비축기지 입구에 있는 문화마당은 바닥이 포장된 도로가 있고 포장되지 않는 도로가 있는데, 포장되지 않는 도로는 석유비축기지로 사용될 때부터 있었던 바닥이다. 약6만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크기다.
T1은 휘발유를 보관했던 탱크다. 지금은 유리로 탱크를 재현해 놨다. T2는 경유를 보관했던 곳으로, 지금은 옹벽만 남아있다. 위쪽으로는 야외공연장으로 사용이 되고 있다. T3는 가장 원형 그대로 보존이 돼 있는 곳이다. 이곳이 유일하게 서울 미래유산으로 등재돼 있는 탱크다. T4는 탱크 안쪽을 가장 자세하게 볼 수 있는 곳으로, 등유가 보관돼 있던 곳이다. T5는 현재 전시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져 있는 공간이다. T6은 가장 최근에 지어진 곳으로 문화비축기지의 랜드마크다. 이곳은 문화비축기지로 조성될 당시 새롭게 지어진 건물이다.
문화비축기지로 탈바꿈하기 전 이 탱크들은 1급 보안시설로 지어져 일반인들의 접근은 불가능했다. T2를 자세히 살펴보면 갈색부위까지 흙으로 덮고 그 앞쪽에 나무를 길러 사람들의 눈에 쉽게 띄지 않도록 나름의 위장술을 썼던 곳이다.
◇한국영상자료원 한국영화박물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으로, 한국영화박물관은 한국영상자료원에 속해있는 박물관 중 하나다. 한국영상자료원은 국내외 영화필름을 비롯해 시나리오 소품 의상들과 같은 자료들까지 수집 복원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기존의 영상들은 필름에 보관돼 있거나 비디오나 DVD에 보관돼 있어 많이 손상이 갔지만 지금은 디지털파일로 복원하고 있어 영구소장이 가능하도록 복원 중에 있다. 지하1층에는 시네마테크라고 하는 영화관이, 1층에는 한국영화박물관이, 2층에는 영상도서관이 있다. 3층에는 필름보존고와 필름 교정고가 있다.
한국영화박물관은 한국영화의 역사에 대해 담고 있는 기관으로, 상설전시관과 기획전시실이 있다. 현재 기획전시실은 새롭게 단장중이다.
한국영화박물관에는 영화매체가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온 후 오늘날 한국영화가 전 세계 한류의 바람을 일으키기까지 우리영화 100년의 기억이 숨 쉬고 있는 곳이다.
◇망원시장
망원동 주민들의 삶의 터전인 망원시장은 1970년대 형성된 재래시장이다. 망원동에서 가장 활기 넘치는 이곳은 재래시장 현대화의 성공 케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전통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은 것은 상인들 스스로의 노력이었다. 100% 가격표시, 100% 카드결제시스템 도입으로 시장문화에 익숙하지 않던 젊은 사람들을 끌어모으며 명소로 거듭났다. 간편 가정식과 소포장 제품도 판매하여 닭강정, 수제 고로케, 손칼국수 등이 유명하다. 시장내에서는 고로케, 닭강정, 떡갈비 등을 맛보길 권한다.
◇서울함공원
30년간 우리나라 해상을 지켜온 군함 3척을 중심으로 이뤄진 해상 테마파크다. 서울함과 참수리고속정, 돌고래급 잠수함을 볼 수 있다. 군함은 무게와 역할에 따라 이름이 붙게 된다. 500톤급이하 군함에는 참수리 돌고래와 같은 동물이름이, 3000톤급이하 군함에는 서울함 안산함과 같은 도시이름이 붙게 된다. 3000톤 이상 군함에는 이순신함 을지문덕함 같은 우리나라의 위인의 이름을 붙여 이름을 짓게 된다. 서울함은 지하1층부터 4층높이의 커다란 군함이다. 매일 2회의 전시설명이 진행되고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관광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서울함공원까지 일정을 마치면 어느새 종착지인 공덕시장으로 갈 시간이다. 4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지루할 틈이 없다. 공덕시장으로 가는 길에 이런 생각에 잠긴다.
마포나루는 우리 조상 때부터 전국의 배들이 오가며 각 지역의 특산물이 유통됐던 곳이다. 1960년대 서울 전차의 종점이 마포였고, 1968년 전차운행이 중단되면서 ‘마포종점’이라는 노래가 도심에서 소외된 서민들의 슬픈 마음을 위로하며 인기를 끌었다.
그로부터 반세기이상이 흐른 지금, 마포구는 젊음이 넘치는 도시이자 미래지향적인 역동적인 도시로 탈바꿈한 것에 대한 부듯함을 느끼게 한 여행이었다.
<사진 출처=세계여행신문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