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뷰 바인야드, 애들레이드, 남호주ⓒ호주관광청
강력한 코로나 국경 봉쇄 조치를 취했던 호주는 최근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2년간 굳게 걸어 잠근 국경 탓에 유학생뿐만 아니라 임시 노동자의 입국이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의 비중이 높았던 건설업, 아동 보육, 농업 분야에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청소 도우미의 경우, 직원 유치를 위해 1억원에 가까운 연봉을 내걸었지만, 지원자조차 없는 상황이다.
호주 정부가 지난 2월 국경을 전면 개방하며 워킹 홀리데이의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호주는 코로나 이전 한국 워홀러들이 가장 선호했던 국가다. 호주의 최저 시급은 AUD 21.38달러(약 1만9000원)로 전 세계에서 제일 높은 수준이다. 영어권 국가인 캐나다, 뉴질랜드와 다르게 워홀 인원 제한이 없는 것도 큰 이유 중 하나다. 일도하고 여행도 즐긴다는 워홀의 본래 취지를 생각해 보더라도 천혜의 자연을 품은 호주는 매력적인 선택지일 수밖에 없다.
호주관광청이 일생 단 한 번뿐인 워홀 기간을 더욱 특별하게 보낼 수 있는 호주의 중도시를 소개한다. 시드니나 멜버른 같은 대도시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숨겨진 매력이 가득한 곳들이다.
가장 여유로운 라이프 스타일의 도시 남호주 애들레이드
남호주의 주도 애들레이드는 작은 규모의 한적한 도시로 유명하다. 2021년에는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선정한 세계에서 살기 좋은 도시 3위에 오른 바 있다. 주중에는 사람이 많이 붐비지 않는 도시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한가로운 여가 생활을 즐기길 원하는 워홀러에게 제격인 도시다. 애들레이드에서 가장 흔한 직업은 레스토랑, 카페 등 고객 서비스 업무이다. 대도시에 비해 급여는 살짝 낮은 편이지만, 저렴한 물가와 주거비 덕분에 거주지로서 적합하다.
애들레이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또 다른 일자리는 와인과 관련된 일이다. 남호주는 호주 최고의 와인 산지로 손꼽힌다. 바로사, 맥라렌 베일, 애들레이드 힐스와 같은 유명한 와이너리가 전역에 있다. 워홀러들은 유서 깊은 와이너리에서 포도 따기나 가공 일을 할 수 있다. 혹은 아름다운 해변 근처의 와인바에서 바텐더나 서빙 일을 담당할 수 있다. 단, 호주 전역에서 주류 서비스와 관련된 일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RSA(Responsible Service of Alcohol : 주류 알코올 취급 자격증)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일이 없는 휴일에는 시내만 나가도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대중교통이 매우 발달해 있는 덕분에 차 없이도 관광지를 쉽게 다닐 수 있다. 우아한 분위기의 석조 건물 사이를 여유롭게 산책하거나, 남호주 박물관, 보타닉 가든, 센트럴 마켓 등을 구경할 수 있다. 특히 세계 최고의 축제 도시인 애들레이드에서 열리는 다양한 페스티벌에 참여해 봐도 좋다.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매력의 섬, 태즈마니아 호바트
호주 최남단에 위치한 태즈매니아섬은 접근성의 이유로 워홀 비인기 지역이다. 하지만 본토와 다른 이국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세컨 비자를 취득하기 위해 잠시 방문한 워홀러들이 최고의 도시로 손꼽으며 계속 머무를 정도이다. 태즈매니아를 비롯한 노던 테리토리, 남호주는 노동인구가 부족한 지역으로, 지역 제한 없이 88일 이상 일한 경우 세컨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다.
태즈매니아는 사과로 유명한 지역답게 농장 관련 일자리가 많다. 주로 사과, 체리, 베리류, 채소류 등을 수확하거나 포장하는 업무이다. 이외에도 가지치기, 나무 심기, 지게차 운전 등이 있다. 주의해야 할 점은 농작물마다 수확 시기가 다르므로 일을 구하기 전 농작물의 수확 철을 확인해야 한다. 농장 일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면, 연어 공장이나 호텔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
태즈매니아에서 일과 여행 둘 다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자동차가 필수다. 대중교통이 잘 발달해 있지 않다 보니 공장에서도 차를 소유한 워홀러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편이다. 또한 태즈매니아의 숨 막히는 자연경관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선 로드 트립만 한 것이 없다. 대표적인 관광 명소로는 프레이시넷 국립공원, 크래들 마운틴, 브루니 아일랜드, 베이 오브 파이어즈 등이 있다.
호주의 톱엔드 노던 테리토리 다윈에서 최고의 경험을 하다
노던 테리토리의 최북단에 위치한 주도 다윈은 인구 16만 명의 소도시이다. 적도에 가까운 탓에 1년 내내 더운 열대성 기후를 나타낸다. 보통 5~10월까지 이어지는 건기는 다윈의 최대 성수기이다. 추운 겨울을 피해 북쪽으로 올라온 내국인과 외국인 관광객으로 가득하다. 이 시기에는 관광, 외식업과 관련된 일자리가 많기 때문에 비교적 일을 쉽게 구할 수 있다. 하지만 노던 테리토리의 가장 큰 장점은 높은 시급과 낮은 일자리 경쟁이다.
관광 성수기에 일자리를 못 구해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노던 테리토리에는 호텔 이외에도 농장, 공장, 건설업, 광업 등 이색적인 일자리가 많다. 9~10월 다윈과 인근의 험프티 두에서 망고 수확 일을 하거나, 4~10월에는 건설 현장에서 일할 수 있다.
날씨가 변덕스러운 지역이지만 모험을 꿈꾸는 워홀러에게 다윈만큼 완벽한 곳은 없다. 호주 아웃백의 로컬 문화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쉬는 날에는 민딜 비치에서 그림 같은 노을을 바라보면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바다에 악어가 있어 수영할 수는 없지만, 근처 인공 수영장 워터프론트에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긴 휴가가 주어진다면, 다윈을 벗어나 호주의 영적 심장으로 알려진 울룰루에서 캠핑을 즐겨보는 것도 좋다. 별빛이 쏟아지는 밤, 캠프파이어를 바라보다 보면 스트레스를 한 번에 날려버릴 수 있다.
<사진 출처=호주관광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