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3년 동안 혹독한 경영난을 겪어왔던 국내 항공업계가 ‘경비절감’과 다양한 ‘부가서비스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위해 항공유통망 개선에 적극 나서 주목된다.
특히, 국내 마켓셰어 35~40%를 차지하며 국내 항공시장을 리딩해 나가고 있는 대한항공은 내년 8월 그동안 준비해온 NDC도입을 위한 컷-오버(주어진 시점에서 시스템의 기능을 그 후속자로 변환하는 일)를 추진한다.
우선 NDC도입이 가능한 대형여행사와 OTA사 등 20여곳 위주로 NDC API를 연동해 NDC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시범테스트 기간을 가진 후 점차 여행사 수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NDC를 도입한다고 해서 전국 모든 여행사가 동시에 도입하는 것은 아니어서 우선 볼륨이 큰 OTA 위주로 전환시켜 나갈 예정”이라며 “ND C도입의 가장 큰 목적은 서비스 다양화 즉, 고객의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NDC는 IATA(국제항공운송협회)가 2015년 항공사의 항공권 이외 다양한 부가서비스까지 조회 및 예약이 용이하도록 개발한 신개념의 항공권 유통채널이다.
대한항공이 NDC도입을 결정하면서 국내 항공여행시장에도 변화의 물결이 감지되고 있다. 그동안 아마데우스와 세이버, 갈릴레오 등 GDS기업들이 국내 항공여행시장을 주도해 왔다면 앞으로는 IATA에서 개발한 NDC가 시장을 선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7년부터 높은 GDS 사용료에 불만을 가진 루프트한자독일항공 등 일부 OAL(외국국적항공사)사들이 NDC를 적극 도입하기 시작했으며, 코로나 직전인 2019년부터 실제 사용돼 왔다. 그러나, OAL의 국내 항공시장 볼륨이 그다지 크지 않아 여행사들에게 어필되지 못한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대한항공이 NDC도입을 결정하자 타 국적항공사와 OAL, 대형 여행업체들로 부터 주목을 끌기 시작했으며, 내년도 항공권 유통시장은 대한항공을 중심으로 크게 변화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내년 하반기 대한항공을 중심으로 NDC가 도입되지만 당장 항공권 유통시장이 NDC로 전환될 가능성은 낮다. 즉, NDC는 각 항공사와 여행사가 직접 연동을 하는 방식으로, NDC를 도입하는 여행사들도 준비과정이 필요하며, 프로그램 개발비나 리소스 비용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공사입장에서는 GDS사들의 일방적인 정책에 끌려 다니지 않으면서 높은 GDS사용료를 절감하는 효과를 누리게 되지만 여행사들은 기존 GDS프로그램을 이용해도 큰 불편함이 없기 때문에 굳이 수천만 원을 들여 NDC를 도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IATA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NDC는 새로운 XML 기반 데이터 전송 표준(NDC 표준)의 여행산업 지원 프로그램(NDC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NDC 표준은 항공사와 여행사 간의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향상시키며 제3자, 중개자, IT 제공업체 또는 비IATA 회원사가 구현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돼 있다고 덧붙였다.
또 NDC를 통해 여행업계는 상품 차별화 및 풍부한 항공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 투명한 쇼핑 경험 등 업계의 현재 유통 한계를 해결함으로써 기업, 레저 및 비즈니스 여행객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실제, NDC를 적용한 OTA사들은 항공사와 여행사 간 직접적인 항공권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이 직접 발권과 취소, 좌석 지정, 수화물 추가, 기내식 선택, 와이파이, 기내 엔터테인먼트 구매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다.
이미 타이드스퀘어, 토파스 등 일부 OTA 및 종합여행정보 시스템사들은 NDC 어그리게이터 사업에도 적극 뛰어들고 있다. 타이드스퀘어의 경우 지난 2019년 자사 여행 브랜드인 투어비스 플랫폼에 NDC를 적용해 루프트한자독일항공, 싱가포르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 국내외 여러 항공사에서 직접 제공하는 합리적인 운임과 기내식/좌석 등 사전 선택하게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마데우스가 공동설립 한 국내 GDS사인 토파스도 지난 2021년부터 셀커넥트를 통해 NDC서비스를 오픈했다. 현재 8군데 항공사와 NDC를 적용하고 있으며, 대한항공의 NDC도입을 계기로 보다 적극적으로 NDC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초기단계에 있는 NDC와 관련해 대형여행사들은 일단 관망하는 자세다. 대한항공이 주도하면서 NDC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이나, 자사의 다양한 판매채널 중 어떤 채널을 NDC로 적용할지 여러 가지 가능성을 놓고 시장흐름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NDC 도입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 중에 있다. 시대적 흐름에 맞춰 도입에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나, 항공사들과 NDC API연동을 위해 자체 개발이나 기존 어그리게이터 사용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을 놓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류동근 <dongkeun@g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