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성수기철에 대규모 정산지연 사태를 일으키며 여행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티몬과 위메프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는커녕 갈수록 오리무중으로 빠져들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또 한번 역대급 파장이 예상된다.
최소 수십억~수백억 원의 금전적 피해가 예상되고 있는 대형 패키지 여행사들은 각사의 피해금액이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이 사태를 물밑에서 빨리 봉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이번 사태로 자금사정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자, 이미 일부 여행사들은 협력사와 관계사들에게도 유연한 거래에 대한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티몬과 위메프로부터 당장 미정산금을 받을 길이 요원해진 입점여행사들은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8월 출발분부터 고객 예약을 취소하면서 소비자들의 원망은 이제 여행사로 옮겨오는 추세다. 각 사마다 피해금액과 소비자 지원 대책도 서로 달라 소비자들로부터 빗발치는 항의로 정상적인 업무를 볼 수 없을 지경에 이르고 있는 등 여행업계를 향한 2차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소비자 및 입점사들의 피해가 현실화되자, 지난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내 주요여행사 대표들을 초청, 비공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부서별 협조요청 및 업계의견을 청취하는 한편 소비자의 피해에 업계의 동참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티몬·위메프 사태로 인한 각 사별 재결제율이 대략 절반을 넘어서고 있지만 단품 판매의 경우 항공권 취소수수료 부분에 입점업체들이 애로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근 20년간 항공권 판매를 전문으로 해 온 모 업체는 이번 사태로 현재 수억 원의 미수금을 티몬과 위메프로부터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태가 악화될 경우 아예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하자, 항공사들에게 항공권 취소수수료 부분이라도 면제해 달라며 강력히 호소하고 있다.
다행히 대한항공(하드블록 제외)과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등 국적 LCC들은 취소수수료를 면제해주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외국국적항공사의 취소수수료 면제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그동안 티몬과 위메프에는 땡처리나 특가항공권이 주로 판매되면서 조건도 취소 시 환불불가 조건의 항공권들이 많이 판매돼 왔다. 이들 항공권의 경우 선발권한 경우로, 입점업체의 경우 수십만 원의 금액을 미리 정산한 터라 취소 시 공항세 몇 푼만 돌려받게 될 상황에 처해 있다.
이와 관련, 티몬과 위메프에 많이 판매되고 있는 외국항공사 중 에어아시아나 세부퍼시픽항공의 경우 유연성 있는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본지 취재결과 밝혀졌다.
에어아시아는 본사 차원의 대책이라기보다 한국 내 자체적으로 티몬·위메프를 통해 항공권을 판매한 업체들이 최대한 피해가 없도록 웨이버에 가까운 실질적인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전했다.
세부퍼시픽항공도 10월까지 판매된 약 550석에 대해서는 이미 환불불가조건이 있기 때문에 웨이버를 해 줄 수 가 없어 재판매가 가능하도록 전석에 대한 네임체인지를 해 주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코로나 이후 정상궤도에 안착하려던 여행업계가 뜻하지 않은 곳에서 대형 및 중소형여행사들의 금전적인 피해를 입힘에 따라 업계 일각에서는 티몬과 위메프가 소비자에게 빠른 시일 내 환불해 주지 않는 한 입점 여행사들의 줄도산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입점여행사들은 여행 출발이 확정된 경우 먼저 여행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항공권과 호텔을 해당 업체에 선 지급하고, 이번 경우처럼 티몬과 위메프로부터는 고객이 상품을 이용한 시점 이후인 45일 이후 입금되는 구조로 돼 있어 피해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추산한 티몬·위메프의 판매자 미정산 대금은 약 2100억 원 규모로, 앞으로 정산기일이 다가오는 거래분까지 고려하면 피해 규모는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류동근 기자> dongkeun@g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