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항공사의 인수합병 등 EU 항공업계의 지각 변동이 시작되고 있다.
에어포탈에 따르면,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가 이탈리아의 국적 항공사 ITA의 지분 41%를 3억2500만 유로(약 4845억원)에 인수한 건에 대해 EU가 승인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자 루프트한자항공의 주가가 하락했다. 한때 알리탈리아였던 ITA는 1946년 창립 이래로 연간 흑자를 낸 적은 단 세 번 밖에 없었다. 이탈리아 정부는 2009년에 알리탈리아를 민영화했다가, 2020년에 다시 국유화하면서 ITA로 브랜드를 바꿨다. 알리탈리아의 소수 지분을 보유했던 에어프랑스-KLM과 에티하드는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팬데믹 동안 ITA를 유지하기 위해 약 35억유로(약 5조2166억원)를 썼는데, 이는 직원 1인당 30만유로(약 4억4720만원)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이처럼 재정적 파산의 역사를 가진 회사를 되살리는 건 어려운 일이다. ITA는 라이언에어와 위즈에어 같은 저비용항공사(LCC)들에 의해 타격을 입었고, 이 LCC들은 ITA의 혼란을 틈타 이탈리아에서 사업 확장을 할 수 있었다. 자산관리회사 번스타인의 토비아스 프롬은 “ITA 인수는 유럽 항공업계에서 가장 도전적인 제안이다” 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루프트한자항공은 왜 이 거래를 추구할까? 루프트한자항공은 이탈리아가 루프트한자 항공의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이며, ITA의 아프리카 및 남미 노선이 루프트한자항공의 북미와 동아시아 노선을 보완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동사는 이미 이탈리아의 소형 항공사인 에어 돌로미티를 소유하고 있어 시장에 익숙하다는 점과, 추가적인 동기는 ITA가 경쟁사의 손에 넘어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유럽 항공업계는 어쩌면 마지막 통합의 물결을 겪는 중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에어프랑스-KLM, 이지젯, IAG, 루프트한자항공, 라이언에어, 위즈에어 등 여섯 개 회사가 유럽 대륙 내 항공편의 71%를 차지하고 있다. 에어링구스, 영국항공, 이베리아 항공을 소유한 IAG는 EU 승인을 조건으로 스페인의 3대 항공사 중 하나인 에어유로파의 지분 80%를 인수할 계획이다.
또한 스칸디나비아항공의 상당한 지분이 에어프랑스-KLM과 미국 사모펀드 캐스텔레이크에 매각되고 있다. 에어프랑스-KLM과 IAG는 매물로 나온 포르투갈의 국영 항공사 TAP를 인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 이후로는 항공사 통합이 거의 없을 전망이다.
EU집행위원회(EC)는 항공업계의 인수합병이 유럽 지역의 소비자들에게 더 높은 요금과 더 적은 선택지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IAG는 에어유로파의 착륙 슬롯의 절반 이상을 포기 하겠다고 제안했으며 루프트한자는 밀라노 리나테공항에서 약 40개의 슬롯을 이지젯과 또 다른 LCC인 볼로테아항공에 양도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오스트리아, 벨기에, 독일, 스위스로 가는 ITA의 단거리 항공편 중 일부를 유지하겠다고 제안했으며, 유나이 티드항공과의 대서양 조인트벤처에 ITA를 통합하는 것을 2년간 지연시킬 계획 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