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류할증료(Fuel Surcharge)가 사상 처음으로 최고단계까지 뛰어오르자 과연 항공사의 기본 운임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특히, 여행업계 종사자들조차 항공사의 기본 운임 외 유류할증료 제도를 별도 운영하는 것에 대해 이해도가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다 보니, 유가는 폭등하는데 어떤 항공사는 유류할증료를 받지 않자 이에 대한 의아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이달부터 유류할증료가 역대 최고치까지 치솟아 본지가 보도한 것처럼 뉴욕 왕복 유류할증료만 113만 원이 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실제 중동 및 호주국적사, 핀에어, 싱가포르항공, 스쿠트항공, 캐나다 웨스트젯 등은 유류가 폭등에도 불구하고 ‘유류할증료 0’정책을 고수하며 위기상황에 대처해 나가고 있다.
이들 항공사들의 정책은 유류할증료를 받지 않는 것은 단순히 무료라는 개념보다, 기본 항공료에 유가 변동분을 미리 반영해 판매하고 있다. 최근 스쿠트항공의 경우 유류비 제로 정책을 유지하면서 한국발 항공운임을 최대 8% 인상하기도 했다.
또한 대형 항공사들의 경우 유가가 낮을 때 향후 몇 년치 연료를 미리 고정가격으로 계약해 주는 유가 헤징(Hedging)에 가입했을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유가가 폭등해도 1~2년 전의 저렴한 가격으로 항공유를 공급받기 때문에 당장 유류할증료를 받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국내에서 국토부가 항공사들의 유가변동에 따른 안전장치로 마련해 둔 유류할증제도를 이용하지 않고 유류비 제로를 고수하는 이유는 결국 마케팅 측면에서의 착시효과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즉, 국적사의 5월 동남아노선 기준으로 기본항공요금 10만원+유류할증료 50만원=60만원이지만, 유류할증료가 없는 외항사들은 기본항공요금 55만원+유류할증료 0=55만원에 판매한다.
이 경우 항공권 비교사이트에서는 국적사가 기본요금 기준으로 훨씬 싸 보이지만 최종 결제단계에서는 외항사가 저렴해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유류비 0라는 문구 역시 강력한 마케팅 툴이 된다.
여기에 여행사들도 유류할증료 0 항공사의 항공권을 더 적극적으로 판매하는 효과까지 얻게 된다. 국적사는 유류할증료를 제외한 10만원에 대한 볼륨인센티브를 여행사에 주려고 하지만, 유류비제로인 외항사들은 55만원 전체를 판매실적으로 인정해 VI를 지급하기 때문이다.
유류할증료 제로 정책을 시행중인 모 외항사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중동이나 싱가포르 국적항공사들은 직접 유류비 리스크를 감당할 만한 규모의 항공사라는 자부심과 함께 탑승객들에게 유가변동에 다른 부담을 전가시키지 않는 프리미엄 항공사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고객들의 충성도를 높이는 마케팅의 일환인 셈”이라고 말했다.
반면, 유류할증료 도입의 기본적인 취지가 무색해지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기도 하다. 유류할증료는 원래 항공사의 도산을 막고 국제경쟁력을 높일 목적이었으나, 최근 유가폭등으로 인해 항공사들은 정부의 보호아래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유류비 인상분을 고객에게 100% 전가하고 있다. 다시 말해 유류할증료가 항공사들의 고정적 수입으로 고착화되는 모양새다. 그러면서도 기본 운임을 낮게 책정해 최근 “일본?홍콩 편도 9000원, 국제선 전노선 최저가도전, 발권수수료 면제 등 항공깜짝 특가” 등 미끼 상품들을 글로벌 OTA사들과 합작해 항공권 판매 사이트에 도배를 하고있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한편, 유류할증료 징수는 73년 1차 오일쇼크때 유가가 4배 이상 폭등해 당시 고정운임제를 적용하던 항공사들이 파산위기에 놓이게 되자, 이에 대한 고육지책으로 운임은 그대로 두되 유가 상승분에 대해서만 부가요금 형태로 따로 떼서 받기 시작한 것이 시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5년 4월 당시 국제항공유 가격이 크게 치솟자 정부(당시 건설교통부)가 항공사의 도산을 막고 국제경쟁력을 유지할 목적으로 유가변동에 따라 운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이 제도를 승인, 지금까지 시행중이다.
<류동근 기자>dongkeun@g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