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불 기준·수하물 배상
더 깐깐해진다
국토부, 올 하반기에 ‘보호 기준’ 제정키로
항공사, ‘관련사항 명시’ 철저히 지켜야
항공사들의 환불·배상 정책이 대거 수정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항공교통이용자에 대한 권익보호를 강화하기로 하고 항공권 취소와 환불 규정에 대한 정책 감시 수준을 높였기 때문이다. 기존에도 가혹한 기준을 강요받던 항공사들의 상당한 불만이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 15일 국무총리 주재로 ‘제76회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항공교통이용자 권익보호방안’을 확정했다.
이날 회의에서 국토교통부는 항공 소비자들의 불편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관련 규정을 국제 기준에 맞추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지난해 소비자 보호 강화를 회원국에 요청했으며, 이보다 앞서 미국은 이미 2010년부터 '항공소비자보호기준'을 마련해 운영 중이다.
이러한 강력한 정부 정책 시행의 원인은 최근 항공 여행 수요가 급증하면서 관련 피해 사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항공 피해 상담 건수는 2010년 1597건에서 2014년에는 6789건으로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항공 피해 구제 접수 건수도 2010년 141건에서 2014년 681건으로 증가했다.
소비자 피해 신고가 급증하고 있지만 그동안 항공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한국소비자원 등에서 사후에 개별적으로만 구제할 뿐, 근본적인 보호 장치가 사실상 없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올해 하반기 중에 '항공교통이용자 보호기준'을 제정할 방침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항공사들은 ‘항공권 취소·환불’, ‘항공기 지연·결항’, ‘수하물 분실·파손’ 등 피해 유형별로 소비자 보호기준을 자세히 명시해야 한다.
실제 피해 사례를 보면 항공사 홈페이지에서 출발 5개월 전에 항공권을 구입 후 바로 다음날 오전에 취소했는데도 항공사가 취소 수수료로 40만 원을 징수한 경우가 있다. 또, 2014년 7월에 항공권 환불을 요청했으나 11월까지 환불이 지연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항공소비자 피해 건수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항공권 취소 수수료, 환불 지연 관련 피해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항공사가 항공권을 표시, 광고하는 경우 소비자가 항공권의 환불수수료, 환불기간 등의 조건을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글자 크기와 색상 등 차별화’를 의무화한다.
또한, 국토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협업을 통해 일정 기간 안에는 취소 수수료를 부과하지 못하도록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수하물 분실·파손에 따른 책임도 명확하게 규정된다. 현재 몬트리올 협약은 위탁수하물이 분실됐거나 파손됐을 경우 항공사 책임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수하물 고유의 결함이나 불완전 상태가 확인되면 항공사에 면책을 주고 있다.
국토부는 이런 국제조약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해, 항공사들이 책임한도를 낮추거나 면책사유를 확대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 항공사가 수하물을 접수할 때 위탁수하물 금지품목(유리, 고가품 등) 등을 사전고지하고 웹사이트나 운송약관 등에 반드시 명시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외항사의 경우 폭탄 취소수수료 관행이 정부 발표와 달리 올해 안에 없어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외국 항공사의 불공정한 소비자 정책을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오는 7월 외국 항공사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소비자 보호기준을 수립할 계획이지만, 연말까지 항공권 취소수수료 관련 조항을 보호기준에 포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약관법 효력은 일단 국내에 한정된다”며 “외국 항공사가 공정위 시정권고를 따르지 않아도 제재할 수 없어 우선 국내 항공사만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외항사들의 환불 규정 악용 사례를 개선하기 위해 국토부는 7월 시행하는 항공법 개정안에 외국 항공사를 제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하반기에 소비자 보호기준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양재필 팀장> ryanfeel@g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