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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민선 9기 서울관광에 바란다

  • 게시됨 : 2026-06-17 오후 4:07:19 | 업데이트됨 : 42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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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사진

진홍석 / (사)한국마이스융합리더스포럼 회장

            경영학 박사

 

AGI 시대의 그늘, 인본주의 관광에서 답을 찾는다.

 

인공지능(AI)의 진화 속도가 가파르다. 단순히 인간의 업무를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모든 영역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인공일반지능(AGI) 시대, 이른바 기술적 특이점(Singularity)이 눈앞에 다가왔다. 디지털 가속화와 초정밀 자동화는 인류에게 전례 없는 생산성을 약속하지만, 그 이면에는 고등 지능 업무까지 AI로 대체되는 ‘노동의 종말’이라는 거대한 그늘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노동이 가치의 원천이던 자본주의 체제는 종언을 고하고, 자본과 기술을 독점한 극소수가 부를 선점하는 초양극화의 위기가 가시화되는 시점이다.

 

이러한 포스트 자본주의로의 전환기 속에서 보편적 기본소득(UBI)이나 로봇세 같은 재분배 논의가 활발히 행해지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현금성 자산의 지급만으로는 노동을 상실한 인간이 직면할 근본적인 허무주의와 사회적 고립감을 해결할 수 없다. 직업이 사라진 자리에 남겨질 ‘나는 누구인가’라는 실존적 질문에 답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존을 보장하는 기본소득을 넘어, 삶의 질과 정신적 복지를 채워줄 보편적 ‘기본경험(UBE, Universal Basic Experience)’의 보장으로 패러다임이 확장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최후의 보루이자 구체적 해법이 바로 이동과 조우의 권리를 담은 ‘기본관광(Basic Tourism)’이다.

 

기본관광은 관광을 단순한 소모적 유희나 여가 활동이 아닌,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신성한 기본권으로 재정의하는 인본주의적 접근이다. 이는 디지털 소외로 인한 오프라인의 단절을 물리적 이동을 통해 복원하고, 신체적·경제적 취약계층에게도 동등한 기회를 보장하여 문화적 불평등과 사회적 우울증을 예방하는 든든한 사회 안전망 역할을 수행한다.

 

나아가 경제적 관점에서도 기본관광은 대기업과 외지 자본이 수익을 독식하며 소득을 역외로 유출시키는 기존의 화려한 상업관광과 궤를 달리한다. 이미 존재하는 지역의 자연과 문화, 유휴 공간을 재생하여 활용하므로 인프라 투자 효율성이 높다. 또한 관광객의 소비가 주민이 운영하는 민박, 로컬 식당, 전통 제조업으로 곧바로 직결되어 지역 산업 전반에 온기를 불어넣는 내실 있는 ‘상생 경제’ 모델이다.

 

우리의 현실로 눈을 돌려보자. 대한민국 관광의 중심인 서울 역시 겉으로는 사상 최대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을지 모르나, 내부적으로는 심각한 난맥상에 빠져 있다. 고질적인 저임금 구조로 인한 전문 인력의 이탈, 쇼핑과 식도락에 편중된 단조로운 콘텐츠로 인한 재방문율 하락, 무리한 쇼핑을 강요하는 ‘저가 덤핑 관광’으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 추락과 자치구 간 격차 심화 등 위기 징후가 도처에 가득하다. 외형적인 GDP나 매출 규모에만 집단적으로 매몰되어 온 결과다.


이제는 지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기술과 도덕적 금융, 복지가 결합된 미래형 관광 행정 모델을 선점해야 할 때다.

 

첫째, 이자 대신 위험과 이익을 공유하는 이슬람 금융의 철학을 원용하여 지자체가 소상공인의 지분 투자에 참여하는 ‘무다라바형 지역 관광 펀드’를 조성할 만하다. 실패의 위험은 나누고, 성공의 결실은 상생 기금으로 환수해 기본관광의 마중물로 삼는 청년 창업 안전망을 다지는 것이다.

둘째, 단순 현금 지원 대신 지역의 숙박, 식음료, 체험 서비스에만 연계되는 ‘실물 자산 기반 기본관광 바우처’를 지급해 소비가 로컬 상권의 매출을 직접 견인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셋째, 민관 거버넌스인 DMO와 함께 글로벌 플랫폼의 독점에 대항할 ‘서울형 OTA(온라인 여행 플랫폼)’를 구축해 소외된 골목과 전통시장으로 관광 흐름을 고루 분산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무장애 관광 생태계 및 표준 유니버설 디자인을 전면 적용하여 신체적 장벽마저 허무는 포용적 배리어 프리를 완성해야 한다.

 

또한 궁극적으로는 시민들이 일상에서 생성해내는 관광 행동 및 인구통계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철저히 분석하되, 이로 인해 발생하는 데이터 수익과 기술적 효익을 데이터 주권 확립을 통해 다시 시민의 기본소득과 기본경험으로 환원하는 미래지향적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것이 아니라, 상상하는 자의 것이다.’ 기술이 인간을 소외시키는 AGI 시대의 문턱에서, 인간 고유의 영역인 경험과 환대의 가치를 복원하는 ‘기본관광’으로의 체제 전환은 인류의 존엄을 지키고 무너져가는 로컬 경제를 살려낼 가장 인간다운 해법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이 세계 1위의 포용적 상생 관광 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지금부터 새로운 질서의 청사진을 대담하게 상상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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