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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납득하는 가격이 중요

창간25주년 특집] ⑦트렌드코리아 2024의 키워드

  • 게시됨 : 2024-03-27 오후 4:22:41 | 업데이트됨 : 4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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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이 자유화된지 어느덧 35년의 세월이 흘렀다. 자유화이후 해외여행시장은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며 오늘에 이르렀다. 해외여행은 이제 일상적인 삶의 한 부분이 되었고, 여행상품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눈높이도 높아졌다. 본지는 창간 25주년 맞아 여행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해 보기 위해   '트렌드 코리아 2024'의 일부를 발췌했다. 대한민국 소비풍경을 이끌 2024년 10대 키워더는 'DRAGON EYES'로, 저자와 협의하에 'DRAGON EYES'의 첫 글자에 담긴 요약분의 일부를 게재한다.

 

<자료출처: 트렌드 코리아 2024 / 김난도 외 10명 지음>

 

 

Don't Waste a Single Second: Time-Efficient

 

여러 가지 일을 저글링하듯 돌려 막는 생활이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변화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시간을 매우 효율적으로 쓰게 됐다는 것이다.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한국 사람들이 늘 바쁘다고는 하지만, 요즘 사람들의 시간관념은 예전과 확연히 다르다. ‘시간의 가성비’를 극도로 중요시하며 사용 시간의 밀도가 매우 높아졌다. 이것은 단지 바빠서가 아니다. 소유 경제에서 경험 경제로 경제의 패러다임이 이행하면서 시간이 돈만큼이나 중요한 자원이 됐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비싼 소유물을 과시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여행지· 맛집· 핫플레이스의 인증샷으로 자랑을 하는 시대다. 예전에는 일주일에 한 편정도 ‘주말의 명화’를 즐겼다면, 다양한 OTT 플랫폼이 넘쳐나는 지금은 하루에도 몇 시간씩 ‘콘텐츠’를 시청한다. 현대사회에서 시간은 단연 가장 소중한 자원이고, 그것을 아껴 쓰고 그 가성비를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됐다.

 

‘트렌드 코리아 2024’에서는 이처럼 시간이 희소자원이 되면서 시간 효율성을 극도로 높이려는 트렌드를, 모두가 분초(分秒)를 다투며 살게 됐다는 의미에서, ‘분초사회’라고 명명한다. 분초사회에서 우리는 ‘시간지상주의’를 떠받들며 시간의 가성비를 높이기 위해 ① 돈보다 시간을 중시하고, ② 사용 시간 단위를 조각내며, ③ 여러 일을 함께 처리하고, ④ 일단 결론부터 확인한 후 일을 진행하며, ⑤ 실패 없는 쇼핑을 바라면서 극한의 시간 효율을 추구한다.

 

하지만 이렇게 분주하게 살면서, AI 시대에 반드시 필요해진 사색을 위한 여백을 놓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도 있다. “시간이 돈이다"라는 격언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다가온다. 이제 시간이 돈만큼, 아니 돈보다 귀해졌다.

 

 

Rise of 'Homo Promptus' 호모 프롬프트

 

가사를 짓고 작곡을 하는 챗GPT의 등장은 “이제 내가 인공지능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하는 실존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24’에서는 ‘호모 프롬프트(Homo Promptus)'라는 키워드를 통해 이러한 질문에 대답해보고자 한다. 프롬포트란 인공지능과 소통하는 채널이자 방식, 그리고 AI와 말을 주고받는 연속적인 질문과 대답의 과정을 지칭하는데, 생성형 AI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전체적인 방향성을 포괄한다. 호모 프롬프트는 자신만이 보유한 인간 고유의 창의성을 더욱 고양시키는 방향으로 각종 AI와의 ’티키타카‘를 통해 인공지능 서비스를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인공지능의 혜택은 우리가 각 영역에서 사용하는 기존의 다양한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에 접목된, 이른바 ‘버티컬 서비스’에서 진가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유통· 여행· 금융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해 기존의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우리가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업무의 생산성 또한 크게 높여줄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으로 인해 단순 반복형의 일자리가 감소하고 국가 간, 계층 간 양극화가 심화될 우려가 크다.

 

생성형 AI 시대를 주도하려면 사색과 해석력을 겸비해야 한다. 파괴적 혁신을 주도하던 앙터프리너(Enterpreneur)에게 도전 정신과 행동력이 필수였다면 자유자재로 인공지능을 활용하며 성취를 극대화하는 ‘AI프리너(AI-preneur')에게는 인본주의적 비판 능력이 필요하다. 가장 인간적인 아날로그 역량이 오히려 중요해지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메타인지’능력을 갖춘 인간만이, AI가 작업한 용의 그림을 완성시키는 ‘화룡점정’의 자격을 얻게 될 것이다.

 

 

Aspiring to Be a Hexagonal Human 육각형인간

 

“ㅇㅇㅇ씨는 외모, 패션 센스, 운동신경 인성 등 정말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는 ‘육각형’ 연예인이에요” 하는 식의 표현이 자주 들린다. 육각형? 무슨 말일까? 육각형은 종종 완벽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요즘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은 완벽을 추구한다. 외모·학력·자산·직업·집안·성격·특기 등 모든 측면에서 약점 없는 사람을 선망한다.

 

완벽한 ‘최고의 자아’를 선망하는 육각형인간들은 ① 아무나 육각형인간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노력으로는 이루기 힘든 기준을 내세우는 ‘담쌓기’ ② 육각형인간임을 증명하고자 모든 가치를 돈과 숫자로 평가하는 ‘수치화하기’ ③ 육각형인간이 되기 어렵다는 불편한 현실을 게임처럼 희화화해 가볍게 웃어넘기는 ‘육각형놀이’에 몰두한다. 요즘은 ‘개천에서 용 난다’서사는 그다지 인기가 없다. 태어날 때부터 완벽한 주인공이 바로 등장하고, 데뷔 때부터 모든 것을 다 갖춘 ‘완성형 아이돌’을 더 좋아한다.

 

이러한 육각형 신드롬은 널리 확산된 소셜미디어의 영향이 크다. 완벽한 라이프스타일을 뽐내는 전 세계의 동년배들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나도 그처럼 완벽한 모습을 갖춰야 한다는 유형무형의 압박이 강해진 것이다. 예전에는 “누가 공부를 더 잘하나”하는 단일 차원의 경쟁이었다면, 이제는 외모·패션·특기·부모 등 비교하는 기준이 많아지면서 그 경쟁이 훨씬 더 복잡하고 치열해졌다.

 

육각형인간 트렌드는 “나 오늘부터 ‘갓생 god-生’ 살 거야” 하는 하나의 놀이에 불과 할 수도 있고, 현대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계층 고착화라는 사회적 문제를 보여주는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다. 육각형인간 트렌드는 완벽을 지향하는 사회적 압박을 건뎌야 하는 젊은이들의 활력이자 절명이면서 하나의 놀이다.

 

 

Getting the Price Gight: Variable Pricing 버라이어티 가격 전략

 

이제 가격은 하나가 아니다. 영국의 경제학자 윌리엄 제번스는 동일한 상품에는 동일한 가격이 존재할 뿐, 가격 차별은 있을 수 없다는 ‘일물일가(一物一價)의 법칙’을 주장했다. 우리는 그동안 엄밀한 일물일가까지는 아니더라도, “하나의 물건에는 하나의 정해진 가격이 있다”는 전제를 가지고 생산하고, 판매하고, 또 구매해왔다. ‘정가’ 또는 ‘권장소비자가격’ 등의 개념이 그 예다. 그런데 오늘날 이 대전제가 무너지고 있다. 시장에서의 가격정책이 복잡해지면서 가격이 수요 촉진과 마케팅의 새로운 도구가 되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24’에서는 같은 상품이라 할지라도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로 ‘버라이어티’하게 달라질 수 있으며, 공급자와 유통자는 가격 책정을 ‘전략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버라이어티 가격 전략’이라는 키워드를 제안한다.

 

가격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고객이 느끼는 가치’다. 똑같은 제품도 상황마다, 사람마다 느끼는 가치는 다르다. 그렇다면 소비자는 언제 같은 물건이라도 가치를 다르게 인식할까? ①상품을 구매하는 ‘시간’ ②상품을 구매하는 ‘채널’ ③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 특성 ④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인 ‘옵션’을 기준으로 살펴본 후 ⑤ 이상의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넓은 의미의 버라이어티 가격 전략 이른바 ‘다이내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에 대해 살펴본다.

 

성공적인 버라이어티 가격 전략을 선보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반응할 수 있는 가격 컨트롤 타워를 구축해야 한다. 나아가 가격 전략의 힘과 한계를 모두 인지하면서 소비자가 납득할 만한 가격 차별화를 선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On Dopamine Farming 도파밍

 

‘호모 루덴스(Homo Ludens : 놀이하는 인간)’라는 말이 의미하듯이, 인간은 재미를 좇는 존재다. 놀고자 하는 욕망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요즘 사람들의 재미 추구는 과거 어느 때에도 보지 못했던 특별함이 있다. 새롭고 재미있는 것을 경험할 때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모으려는 요즘 사람들의 행동을 ‘도파밍’이라는 말로 해석해보고자 한다.

 

도파밍 행동은 다양하다. 도파밍의 네 가지 유형을 살펴보면, 첫째, 랜덤 상황이 선사하는 재미 추구다. 우연함이 선사하는 가슴 두근거림을 경험하고자 사람들은 일부러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순간으로 자신을 밀어 넣는다. 둘째, 상식을 벗어난 엉뚱한 상황에서 일탈의 재미를 추구한다. 비일상적이고 과장된 행동을 할 때 따라오는 왠지 모를 통쾌함과 해방감이 이에 해당된다. 셋째, 도전 자체도 무의미하고, 결과도 알 수 없는 무모한 도전을 즐기며 재미를 경험한다. 마지막으로, 기괴하고 가학적으로 보이는 스트레스를 자초하고 그것이 해소되는 순간 찾아오는 반전의 쾌감을 누린다. 누군가에게는 스트레스인 행위가, 다른 이에게는 신선한 재미인 것이다.

 

도파민은 인간에게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지만, 새로운 자극에만 분비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자극적인 쾌락을 좇게 만든다. 이때 필요한 것이 세로토닌(serotonin)이다. 세로토닌은 마음을 편히 갖고 명상하고 다른 사람을 도울 때 나오는 호르몬이다. 자동차에 비유하면 도파민이 엑셀러레이터라면 세로토닌은 브레이크다. 엑셀러레이터가 없는 차는 움직이지 않지만, 브레이크가 없는 차는 사고가 난다. 둘의 조화가 필요하다.

 

 

Not Like Old Daddies, Millennial Hubbies 요즘남편 없던 아빠

 

최근 30대와 40대 초반 밀레니얼 세대 남성들의 가정생활과 성 역할에 대한 가치관이 극적인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혼인 연령이 높아지고 생애미혼율도 치솟는 가운데 결혼이라는 어려운 길에 들어서기를 선택한 ‘요즘남편’, 그리고 기성세대에게는 낯설기 그지없는 육아 마인드를 갖춘 ‘없던아빠’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맞벌이가 일상화되고 가사 노동 분담이 당연해진 가운데, 아내의 소득이 높다면 기꺼이 가장의 역할을 넘기고 내조할 준비가 돼있다. 적극적인 자세로 가사를 분담하고, 본가와 처가를 잘 챙겨 ‘패밀리지(패밀리+마일리지)’ 점수를 쌓아놓아야 원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아이를 낳ㄱ 되면 아빠로서의 역할 역시 더욱 늘어난다. 양육서를 함께 공부하고 유야용품을 직접 고르며, 자녀와 보내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정시에 바로 퇴근하는 ‘6시 신데렐라’를 자처한다.

 

‘요즘남편 없던아빠’ 트렌드에는 역설이 있다. 이러한 변화가 ‘결혼할 결심’을 하는 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여성은 일터로 남성은 가정으로 들어오면서, 아내와 남편 모두 일과 가정을 넘나드는 멀티 프레이어가 되고 있다. 이 때문에 결혼과 출산, 육아는 더욱 고난도의 일이 되고, 아예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사람이 많아진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화를 개인적으로 동의하든 하지 않든, 젊은이들이 더 많이 결혼하고, 더 쉽게 아이를 낳아 기르고,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개인적 지지와 사회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일이다. 어느 세대든 자신에게 주어진 여건 아래서 최선을 다해 행복을 추구한다. 결국 공동체의 존재 이유란 젊은 후속 세대의 이 노력을 응원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

 

 

Expanding Your Horizons: Spin-off Projects 스핀오프 프로젝트

 

스핀오프(Spin-off)란 사전적으로 누에고치에서 실을 짓듯이 ‘파생되다’, ‘(원심력으로) 분리하다’라는 의미다. 스핀오프는 주로 콘텐츠산업에서 “어떤 특정한 원작에서 파생되어 나온 작품”을 지칭하며, 영화나 드라마에서 빈번하게 사용되는 개념이다.

 

브랜드 스핀오프는 기존의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고객과 시장으로 확장하고 할 때 널리 사용된다.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가 젊은 소비자나 매스티지(masstige : 비교적 저렴한 프리미엄 상품) 시장을 위해 서브 브랜드를 출시하거나 혹은 일반 브랜드의 경우 기존의 인지도를 활용하면서 새로운 영역에 진출할 때 즐겨 사용한다. 기술도 스핀오프된다. 미국 국방성에서 우회 통신망으로 개발하던 아파넷(ARPAne)t이 오늘날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인터넷으로 진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기업도 스핀오프에 열심이다. 사내벤처나 사내독립기업 등을 통해 새로운 기술·상품·비즈니스 모델을 육성하고,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이후 이것을 분사시키는데, 네이버와 인터파크 등은 모두 스핀오프 기업의 대표적인 사례다. 개인도 스핀오프해나갈 수 있다.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사이드 프로젝트’가 인기인데 이는 단순한 부업과는 다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의 연장선상에서 자신의 새로운 경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자기계발과 적용의 시도를 사이드 프로젝트라고 부른다.

 

혁신적인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이 앞다퉈 등장하고 있는 오늘날, 이러한 변화에 조직이나 개인이 가장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스핀오드다. 격변하고 있는 트렌드에 대응하고 성장해나가려는 시도가 계속되는 한, 스핀오프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고 더 역량 있는 인재로 발전해나갈 수 있는 프로젝트로서 더욱 각광받게 될 것이다.

 

 

You Choose, I'll Follow: Ditto Consumption 디토소비

 

과잉의 시대다. 상품·정보 제공·구매 채널이 모두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수많은 선택지에 직면하게 된 소비자들은 새로운 소비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정보 탐색, 대안 평가 등 제대로 된 구매 의사결정 과정을 모두 생략한 채 그냥 “나도(ditto)"하고 특정사람·콘텐츠·커머스를 추종해 구매하는 것이다. 이처럼 특정 대리체가 제안하는 선택을 추종하는 소비를 ‘디토소비’라고 명명한다.

 

디토소비는 과거 스타나 인플루언서를 맹목적으로 따라 하는 것과는 달리, 나의 가치관에 맞는 대상을 찾고 그 의미를 해석해서 받아들이는 주체적 추종의 모습을 띤다.

 

디토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추종하는 것은 ‘사람’이다. 소셜미디어에서 팔로우하고 있는 인플루언서의 구매에 동조하는 것은 물론, 제조·판매 회사의 내부직원이나 일반인 전문가가 추천하는 상품에 주저 없이 구매 버튼을 누른다. 두 번째 추종은 ‘콘텐츠’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좋아하는 웹툰 주인공의 스타일을 참고해 옷과 액세서리를 구매하고, 특정한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장소를 여행지로 정한다. 마지막 추종은 상품을 구매하는 경로, 즉 ‘커머스’채널에서 일어난다. 고유한 취향과 안목으로 특정 제품군을 판매하는 ‘버티컬 커머스’에서 제안하는 상품을 중심으로 구매하는 것이다.

 

이러한 디토소비의 확산은 앞으로 브랜딩, 유통 전략은 물론 비즈니스 모델의 형성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단지 제품력만으로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자사의 철학·관점·취향을 듬은 ‘시그너처’ 상품이나 브랜드가 디토소비의 파고를 헤쳐 나갈 수 있는 기함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ElastiCity. Liquidpolitan 리퀴드폴리탄

 

사람들이 정주하는 ‘고정된 도시’에서 다양한 구성원들이 어우러지는 ‘유연한 도시’로 도시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이제 도시는 멈춰있지 않다. 지역만의 콘텐츠가 흐르고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사람들이 이동하며, 그들이 서로 교류하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축적하는 새로운 변화가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24’서는 이런 도시의 유연한 변화를 ‘리퀴드폴리탄(liquidpolitan)’이라고 명명한다. 액체라는 뜻의 리퀴드와 도시를 의미하는 단어인 폴리탄을 합쳐, 현대의 도시와 지역이 액체처럼 유연하고, 서로 연결되며, 다양한 변화를 보이는 가변체인 점을 강조한 명명이다.

 

리퀴드폴리탄은 대규모로 ‘짓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주체들을 ‘잇는’ 일련의 프로젝트다. 특히 개성 있는 매력으로 사람을 불러 모으고 해당 지역을 대표하는 점포 ‘시그너처스토어’, 도시를 재해석하며 새롭게 변모시키는 해당 지역 출신의 ‘지역기업가’, 해당 상권과 고객 분석을 통해 공간을 새롭게 탈바꿈하는 ‘도시 기획자’, 지역에 거주하며 자체적으로 활력을 모색하는 ‘커뮤니티’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제 100개의 도시는 100개의 정체성을 가진 개성 있는 리퀴드폴리탄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정체되지 않는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민과 관이 이인삼각할 수 있는 긴밀한 협업 체게가 긴요하다.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것은 단순히 인구 소멸 지역을 살리는 것에서 나아가 ‘다양성’과 ‘창의성’ 측면에서 성장판이 열린 도시를 만드는 일이다. 각자 다른 매력으로 다양성을 포용함으로써 가능성을 끊임없이 실험하는 작지만 강한 리퀴드폴리탄이 많이 등장하기를 기대한다.

 

 

Supporting One Another: 'Care-based Economy' 돌봄경제

 

돌봄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 인간의 가장 중요한 특성이다. 공동체를 만들어 서로가 서로를 돌볼 때 인간은 생존하고 사회는 유지될 수 있다. 최근 돌봄의 개념이 극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장애가 없더라도 누구나 보살핌을 받을 수 있고, 가족이 아니더라도 누구든 돌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트렌드 코리아 2024’는 돌봄을 둘러싼 새로운 사회적·기술적 움직임을 ‘돌봄경제’라고 명명하고자 한다.

 

돌봄경제는 누가 누구를 어떻게 돌보느냐를 기준으로, ①배려 돌봄 ②정서 돌봄 ③관계돌봄이라는 세 가지 측면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배려 돌봄은 환자·장애인·영유아·어린이·고령자 등 혼자서는 생활이 불편한 사람들의 신체적 어려움을 챙겨줄 수 있는 돌봄을 말한다. 둘째, 정서 돌봄은 신체적 불편함을 살피는 것을 넘어 마음까지 세심하게 보듬는 돌봄이다. 마지막으로 관계 돌봄은 약자를 ‘일방적으로’ 돕는다는 개념이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고 돌봐주는 것을 말한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최근 경향은 기술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원래 돌봄은 사람이 사람에 대해서 하는 일이었는데, 최근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돌봄 영역에서도 ‘언택트(비대면)’ 서비스가 가능해지고 있다.

 

돌봄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때다. ‘아이’를 돌보는 것은 ‘부모의 커리어’를 돌보는 것이고, ‘고령자’를 기술을 통해 보살피는 것은 그들의 ‘인간적 존엄성’을 지켜주는 일이다. ‘직원’을 배려하면 ‘조직의 미래’에 대한 투자가 된다. 날로 개인화되는 ‘분초사회’의 분주함 속에서, 우리는 모두 서로의 돌봄을 필요로 하는 존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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