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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평안하셨니껴?

  • GTN 류동근 기자
  • 게시됨 : 2020-03-26 오후 6:11:41 | 업데이트됨 : 34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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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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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릴 적 일이 생각난다. 아침에 일어나 집안 어르신들께 밤새 안부를 물으며 침소를 정리해 주던 때가 있었다. 그때의 안부인사는 경북북부지방 사투리인 “밤새 평안하셨니껴”다.

 

 

워낙 첩첩산중 두메산골이라 날짐승들이 가끔 민가로 내려오기도 해 아침이면 으레 밤새 무탈했음을 두 눈으로 확인하곤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쑥대밭이 된 여행업계가 마치 어릴 적 상황과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 어두워지는 밤이 두렵고 해 뜨는 아침이 달갑지 않다. 밤새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불안함이 연속되고 있다. 4월과 5월은 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대형 패키지사들은 사상 초유의 4월 전 직원 유급휴직을 선택했다.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암흑 속에 갇혀 언제 헤어날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지경이다.

 

 

지난 2008년 9월 15일.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Lehman Brothers)가 뉴욕 남부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됐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으로 기록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을 공포로 몰아넣었고 이러한 여파는 국내 여행시장에도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당시 매월 100만 명 이상 해외로 출국하던 내국인은 11월 70만명, 12월 66만 명으로 뚝 떨어지면서 2009년 신종플루와 더불어 여행시장을 초토화시킨 바 있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아픈 사건들이지만 이 금융위기 여파로 2008년 10월 중국 모 랜드 소장은 금전적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등졌다. 두 달 뒤인 12월에는 동남아 모 랜드 소장 역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또 두 달 뒤인 2009년 2월 모 패키지사 팀장도 한강을 찾아 아까운 생을 마친 기억이 생생하다. 셋 다 40대의 젊은 나이였다.

 

 

여행시장이 호황일 때 여행업종 만큼 좋은 직업은 없다고들 한다. 맞는 말이다. 일반 사람들이 겪어보지 못할 많은 경험들을 하게 된다. 일반인들에게 여행을 통해 행복을 전파하는 멋있는 직업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처럼 여행과 직접적인 악재가 닥치게 되면 가장 극한 직업 또한 여행업이다.

 

 

요즘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표정을 살펴보면 여행업에 대한 회의감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어떤 사람은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하며 수십 년 간 회사를 이끌어 온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며 하루하루 살았는데, 단 몇 달 만에 이토록 처참하게 무너져 내리는 상황들을 보면서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란다. 비단 이런 사람이 한 두 명이 아닐 터.

 

 

곁에서 일하던 직원을 어쩔 수 없이 휴직을 보내고 난 후 그 일들을 대신해 보니, 그때서야 직원의 소중함을 알았다는 모 대표는 요즘 엑셀이나 파워포인트를 배우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이 때를 기회삼아 그동안 바빠서 못했던 취미생활에 열중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코로나19가 여행시장에 엄청난 타격을 입히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차피 벌어진 일, 보다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면 좋은 약이 될 수도 있다.

 

 

그동안 몰랐던 여행업에 대한 호황에 감사하게 되고, 또 꼬박꼬박 월급날 급여를 받았던 근로자는 오너에게 고마운 마음이 생기게 된다. 오너들은 텅 빈 사무실에 앉아 북적대며 일하던 직원들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지 않을까.

 

 

길이 멀어야 말(馬)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시간이 흘러야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어려운 시기에 서로서로 힘이 되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필요한 시기다. 부디 금융위기 때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길 간절히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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